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 이탈리아)
"보티첼리가 지금 살아 있다면 보그에서 일했을는지도 모른다."
- 피터 유스티노프(영국의 배우이자 극작가)-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르네상스 시대 화가다. 그는 1470년대에 피렌체의 권력자인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는데, 이때부터 자신의 독자적 예술 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쳤다. 당시는 르네상스 초기로 휴머니즘이 확대되던 시기였다. 미술에서 휴머니즘이란 고전 시대의 역사나 신화 등 기독교 이외의 새로운 주제도입, 원근법이나 해부학을 통한 과학적 대상 묘사 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군주나 부호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예술을 후원하면서, 화가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하는 초상화가 부흥했다. 물론 개인의 성취를 강조한 인문주의의 영향도 컸다. 보티첼리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는 델 라마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헌납하기 위해 주문한 제단화다. 이 그림에는 코시모, 피에로, 조반니, 로렌초 등 3대에 걸친 메디치가의 인물이 당대의 복장을 입고 등장한다. 보티첼리는 다른 종교화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도 자신이 사는 지역을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외모와 복장을 따라 묘사해 세속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는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이 고대 라틴어가 아닌 당대 이탈리아의 일상어로 문학잡품을 쓴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보티첼리는 원근법, 해부학 등을 이용한 사실적 기법을 쓰기보다 생생한 색채, 특유의 우아하고 화려한 윤곽선, 장식적이고 양식화된 표현을 고집했다. 이 그림을 들여다보노라면, 문득 집요한 시선과 마주치게 된다. 맨 오른쪽에서 화면 바깥을 향해 마치 '나를 봐'라고 말하는 듯한 도도한 눈빛. 이 이가 바로 보티첼리다. 메디치가의 인물들과 함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보티첼리의 자화상은 자신이 단순히 의뢰자의 요구에 복종하는 장인이 아니라, 나름의 재능으로 환상을 현실화하는 진정한 창조자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 하다.
2010년 10월 세종문화회관 문화공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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